누구나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어렵다. 어제 어느 유명 강사가 쓴 사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공유했었는데 그 글이 이미 10년전에 인터넷에 공유 되었던 글이라고 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교육환경이 그다지 개선되지 못 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는 글이였는데 생각난 차에 아이들 학습관련 카페를 좀 더 조사해 보게 되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 중 한 파트이기도 한데 마케팅을 위해 사전 분석(조사)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를 잠깐 소개하자면.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한테는 조금 생소한 용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용어 따위는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나 역시도 개발자지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 용어에는 꽝이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것들이 더 현실적으로 써 먹기에는 좋았다. 뒤에 다시 얘기 하겠지만 촌스럽고 유치하더라도 고객한테 어필하는 마케팅이 장땡이다는 내 생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마케터, 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우선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인데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마케팅에서는 FGI라고 하는데 Focus Group Interview의 약자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 대 여섯명에서 열 두어명 모아 놓고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다. 뭐, 대단한 것도 없다.

흔히들 말하는 시장조사, 설문조사, 표본조사 비슷한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떡볶이 집을 오픈할려고 하는데 그 쪽에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시장에서 떡볶이 맛있게 잘 만드시는 할머니들께 자문을 구해 본다거나 시장통에 장사하시는 분들이 나누는 대화를 살짝 들어보는 것이 바로 FGI다. (원래는 FG가 맞다. 그룹 인터뷰라는 것은 없고 우리나라 마케터들이 지들 입에 맞게 붙인게 FGI다)

FGI를 잘 하면 매출상승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있었던 강남 모 학원의 사례를 압축해서 정리해 보면 이렇다.
A 학원장은 경쟁관계인 B 학원이 지난해 학생 모집도 더 많이 했고, 그 결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킨 학생을 더 많이 배출한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제 A 학원은 과거의 일류학원일 뿐 지금은 신흥명문으로 B학원이 거론 되고 있는 상황을 역전 시키고 싶다.

이 상황을 바꿀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B학원에서 수강한(또는 수강 중인)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초정해 B학원의 경쟁력과 장점에 대해서 직접 물어 보면 된다.(위에 설명한 FGI 과정이다)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그 분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차선책으로 택한 방법은

1. 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유명 카페를 선정해서 그 곳에 등록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것이 였다. 이 때에 주의할 점은 실제 경험담(체험담)을 올린 사람인지, 입시학원 측에서 홍보활동을 위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체험 활동으로 올린 글인지 판별하여 배점을 줘야 한다.(네이버와 다음에 있는 복수의 카페들을 분석하면 작업용 ID는 어느 정도 필터링 된다.)

이들이 네이버, 다음 카페에서 공유한 정보는 서로 여러 카페를 통해 검증되고 중복되길 반복한다. 실제 평이 좋은 학원과 그렇지 못한 곳의 원인은 대부분 여기서 다 찾아 진다고 봐야 한다.

2. 카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속성 값을 다시 세분화 시켜 들여다 본다. 예를 들어, 선생님(강사)에 대한 평가 항목을 세분화 한다거나, 교통, 편의시설, 학습분위기, 교재, 학원의 커리큘럼, 인강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서 항목별로 점수를 준다.

3. 이 데이터를 기초하여 블로그 후기와 지식인 질문과 답변에서 다시 한번 검증하는 과정을 가진다. 물론 이 때에도 순수 고객들이 작성한 글과 업체에서 홍보 대행사를 시켜 작성한 글을 철저하게 분리한다. (보통 대행사를 통해 바이럴된 요소들은 1년간 버즈(buzz) 지수를 그려 보면 쉽게 비교되어 알 수 있다)

4. 마지막으로 외부에서  평가는 어떤지에 대해서 언론에 노출된 기사(이 역시도 학원측에서 뿌린 보도자료는 필터링 한다)와 그에 달리는 댓글, 그리고 학습관련 전문 커뮤니티에 등록되는 의견을 다시 한번 취합해 분석 한다.

5. 이 과정에서 학습관련 전문가들이 수집되는데(ex, OOO교수, OOO연구원, OOO강사 등) 비교적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분들의 경우 자신의 명예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하는 편임으로 이들이 내 놓은 의견, 칼럼, 블로그 글, 트위터 글, 페이스북의 글은 큰 의미를 갖는다.

보통은 이들 전문가들이 중요하게 다룬 이슈(키워드)를 학원 커리큘럼에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면 강남, 강북, 지방 등 각 지역별로 교육 트렌드가 어떤 분위기로 잡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아이템 당 보통 5억건~10건 정도의 데이터가 수집 되는데 이 중에서 유효 데이터와 무효 데이터 필터링 후 세부 속성 값을 분류하여 정리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아이들을 통제하길 바라는 부모들이 원하는 것들이 다르다는 점도 보인다.)

○우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장점과 단점)

○경쟁사 고객들이 갖는 그들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불만(아쉬운 점)

○ 잠재 고객들이 관심갖는 키워드에 대한 반응들

최종적으로 이와 같은 범주로 정리해 보면 어디에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 할지 전략이 수립 된다. 이후부터는 이를 1년간 스케줄에 따라 진행하고 매월 성과치를 측정하고 분석하여 격차를 좁혀 가면 대부분은 문제 해결이 된다.

과거에는 설문조사를 많이 했었는데 사실 우리는 설문조사 방법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는다. 설문조사의 단점 중 하나는 질문지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설문지를 만드는 사람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될 경우에는 더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된다.)

특정 브랜드와 이해 관계가 전혀 없는 순수 고객들이(그러나 관심은 굉장히 많은 고객들) 여기 저기에 편하게 내 뱉어 놓은 그런 대화를 분석하여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유익했다.

데이터 분석을 하면 FGI에서 얻지 못 했던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블로그 마케팅을 담당하는 에디터의 배경지식이 넓어지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광고주로부터 전달 받은 자료만으로 운영되는 기업 블로그와 담당 마케터 스스로 습득한 배경지식으로 운영된 블로그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광고주들이 이런 점까지 예민하게 볼 줄 아는 눈이 없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경험해 본 분들은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 하리라 생각한다.

요즘 뜨고 있는 소셜 데이터 분석, VOC가 이런 것이라 생각 한다. 거창하게 포장할 필요가 없다. 마케팅은 멋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과’로 입증해 보여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촌스럽고 유치하면 또 어떤가, 그것이 상대방 마음의 문을 통과하는 입장 티켓이라면 말이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0/2012012001463.html

덧) FGI(Focus Group Interview), FGD(Focus Group Discussion)은 소수의 인원을 표본집단화하여 조사하는 방법으로 여기서 추출된 의견을 일반화하여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니다. FGI나 FGD는 정량적인 심층조사에 앞서 진행되는 탐색조사 정도로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FGI와 FGD가 중요한 이유는 정량적 데이터 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발점(시발점)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가에 따라 수집되는 Raw Data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