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 경영자의 부끄러운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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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ni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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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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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당백(一當百)이란 말을 싫어 한다. 옛날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라고 해야지)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시작된 이 말을 군대에 가서도 지겹도록 들었다. 무슨 중노동 노가다 부대도 아니고 작업 시킬 때만 맨날 일당백(一當百)을 갖다 붙이곤 했다. 그래서 싫어 했다. ?초등학교에서 무슨 작업이냐고? 옛날에는 다 그랬던 것 같다. 학교 뒷 밭에 파인애플 밭을 일구는데 전교생을 동원해서 밭을 일구고 파인애플을 심었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친다며 무궁화 동산을 꾸미는 부역에 학생들 노동을 투입시켰다. 그 때는 다 그런 줄 알고 군소리도 못했던 걸 생각하면 어이 없기도 하지만 암튼 그런 시절이였다. 그런데 이 말이 사회(회사)에서 아직도 써 먹히고 있는 것을 보면 왕짜증이다. ?특히, 고리타분한 옛날 경영자들이 부하 직원들 한테 강한 자신감이라도 심어 주는 듯한 늬앙스로 이 말을 남발 할 때면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나 역시도 10년차에 접어든 작은 기업의 경영자다. 하지만, ?지금도 이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그램과 검색엔진을 만들겠다고 마음 먹었는지도 모른다. 백명이 해야할 일을 한 사람이 감당한다는 일당백(一當百)이야 말로 얼마나 무식한 말인지를 아는 나로서는 사람이 할 일은 사람이 하고, 기계에 맡길 일은 그걸 사람이 만들어 대체하면 된다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수 ?많은 엔진들이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1,000명의 인력이 6개월 ~10개월 동안 해야할 작업을 몇 개의 프로그램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처리해 준다. 뭐, ?굳이 말하자면 일당백(一當百)이 아니라 일당 수 십억~수 백억은 되겠다.

경상도 말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돌띠가?” 비슷한 말로는 “내가 쇠띠가?” 서울에서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 이 말을 처음 했을 때 회사 임원 포함 전 직원들이 날 외계인으로 쳐다 봤던 바로 그 말이다. 풀이하자면 “내가 무쇠팔 , 무쇠 다리 입니까? 그렇게 만만해 보이면 니가 한 번 해 봐라 ” 정도가 되겠다. 아무리 어려운 업무 지시를 내려도 주어진 시간이 되기 전에 해결해 주니까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지들이 못하는 일은 죄다 나 한테 가져와 하라고 지시한다. ?주어진 업무 처리를 위해 하루 2시간 수면으로 보름을 버틸 때였다. 열 제대로 받아 한 마디 했더니, 이사 포함해서 날 바라보던 눈이 “아니,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 분위기 였는데 딱 한 사람이 귀담아 들어줬다. ?지금 내가 한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임원들 앞에서 얘기해 보라고 기회를 줬다. 그래서 속 시원하게 다 말해 줬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바로 쫓겨났다.

회의상에서 발언할 기회를 줬던 이사의 방으로 호출 되었고, 그 자리에서 팀장 발령을 받았다. 세상에 입사 3개월 신입한테 팀을 맡기다니 이 사람도 나 같은 ‘돌띠과 인가?’ 생각했다. (나중에 좀 더 친해진 후 알게된 일지만 그 때 그 이사도 경남 물금이였다.) 암튼, 지방에서 창업했던 회사를 친구한테 넘기고 상경해서 서울에서 다시 회사를 시작하게된 동기가 바로 이 때 만난 이사님 덕분이였다.

지난주에는 전직원들 불러 모아 놓고 회의를 했다. 회식이 약속 되어 있었지만 릴렉스한 자리 이동 전에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전체 미팅이 필요한 시간 이였다. 나는 이 회의에서 앞으로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와 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긴장감을 갖도록 주문했다. 아마도 절반 이상은 숨이 막히는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발전하는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갖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어려움은 함께 충분히 할 각오는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심 생각이였다. 회의 후 미리 예정 되었던 회식 장소로 이동했고 격의 없는(나만 그런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시간을 가졌다.

술이 들어가고 긴장이 풀리면 평소 자신에 철저했던 사람도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야 사람이지 어떻게 맨날 완벽하게 살 수 있나. (이것도 내 변명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날은 내가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내가 내 부하 직원들을 ‘돌띠’로 만들고 있었는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 시간이였다.

반성한다는 의미로 이 글을 적어 둔다. 혹시나 잊어 버리기 전에 말이다. 선배들, 어른들 얘기 중에 “옛날 우리 때는 말이야. 안 그랬어!” 나는 이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대와 삶은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정은 하지만(사실은 나도 속으로 그런 생각은 하지만)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는다. 왜? 시대가 달라졌잖아! ?달라진 시대에 살면서 그런 얘기 해 봤자 뭐가 달라진다고. 차라리 정확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 생각하는 쪽이다. 흠…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가 그런 생각을 내 머리속에 갖고 있었던게 틀림 없었다. 무의식 중에 우수한 능력을 갖춘 직원을 ‘돌띠’로 만들고 있었다. 내가 그들한테 얼마나 큰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멋진 대우를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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