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기업과 에이전시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크고 건전한 시장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제안 할 목적으로 작성 되었다.
인터넷 마케팅을 포함하여 모든 마케팅은 사업자(경영자)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 하지 못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에이전시를 활용한다. 에이전시에 맡기고 나면 마케팅 문제는 다 해결될까? 여기서 정확하게 짚어야 할 이슈가 있다. 고객이 될 가망이 높은 손님을 입구(웹 사이트)까지 데려다 주는 것은 에이전시의 역할이지만 그 손님을 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다.
기업이 홍보, 마케팅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된다. 내로라하는 에이전시를 해마다 교체하지만 실적 개선이 없다면 기업에도 문제 있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아이템이라면 에이전시의 역할이 큰 몫을 할 것이나 이미 익숙한 상품, 서비스라면 에이전시 실력보다 기업 자체 경쟁력과 내부 문제점부터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실적 개선은 어렵다.
경쟁 입찰 현장 느낌 중 지울 수 없는 것이 제안을 평가하는 심사 위원 중 일부는 자신들 조직에서 내린 RFP가 무엇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다.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제안 내용의 대부분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전 학습이 되지 않았으니 심사가 제대로 될 일이 없는 것이다.
제안하는 사람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반문할 사람이 있다면 말해 주고 싶은 것이다. 제안 자리는 학습회가 아니다. 제안하는 사람도 평가하는 사람도 모두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나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야 할 자리다. 이점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에이전시 선정을 위한 공개 비딩은 요원하다 본다.
마케팅 비용이 충분하다면 TV 광고부터 신문, 인터넷 등 잠재 고객이 볼 수 있는 모든 곳에 홍보를 하면 된다. 본인도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 통해 검색을 하고 있어 모바일 검색이 기업 매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느낄 만도 한데 모바일 검색 준비를 하지 않는다.
유료 광고와 소셜 미디어 채널 운영 비용의 10%도 검색에 투자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온라인 마케팅에 사용되는 비용을 보면 외부 채널(earned media)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에 사용 되는 비율이 자체 채널(owned media) 운영 비용보다 높다.
기업을 대표하는 회사 홈페이지와 기업 블로그의 검색엔진 최적화(SEO)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함에도 정기적으로 SEO를 진행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회사명, 브랜드명 또는 대표자(또는 회장)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긍정적인 글이 노출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들이 검색할 확률이 높은 키워드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나마 SEO를 준비하는 기업도 자신들이 생각한 키워드 중심으로 검색 관리를 기획한다. 고객이 사용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고객이 지금도 그들의 언어로 찾고 있으나 기업은 여전히 그들만의 업계 용어로 말하고 있다. 검색 노출 순위, 빈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수많은 문서를 만들어 검색에 노출 시키고 있음에도 전환 효과가 없는 것도 버려야 할 전략이다.
그동안 에이전시에게 주어졌던 KPI는 사실 알고 보면 에이전시 그들이 만들어 두었던 기준인 경우가 많았다. 모바일 검색 기반이 강한 기업이 뜻하는 진정한 의미는 검색 노출 순위나 횟수가 아니다. 검색으로 유입 시킨 후 일어나는 반응까지 강한 기업이다. 이는 검색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색엔진 최적화 전문가와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이 문제는 더 깊다. 업무 담당은 윗 사람에게 욕 먹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일하지 그 이상은 고민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고도 자신의 논리에 맞출 것을 강요한다. 내부 분위기는 자신이 더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쓸데 없이 잡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경험 많은 에이전시는 이런 담당자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런 내부 담당자가 있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아래에서 올라 오는 내부 보고서를 신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된 보고인지 체크해야 한다. 이런 일은 규모가 큰 조직에 더 많이 발생하지만 1인 경영 시스템인 중소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서 주는 보고서가 따로 없는 작은 기업의 오너는 자신의 경험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과신하기 쉽다.
기업만큼이나 마케팅 에이전시 문제도 깊다.
제안서 작성 전담 인력을 두고 매주 제안 PT를 들어가는 업체, 실행 전문 인력은 없으나 다른 곳에서 작성한 제안서를 짜집기 해서 일단 입찰 붙고 보자는 업체 등 열거 하자면 끝도 없을 문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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