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 건강 만큼 관심을 갖게되는 것이 교육이다. 내가 관심 갖는 것은 우리 아이가 특별하게 다른 아이들 보다 더 공부를 잘 하고 뛰어난 아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차원의 교육이 아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 에 관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교육전문가들이나 선생님들로부터 부모들이 부쩍 많이 듣는 주제가 있다. ‘자기주도 학습’ 관한 것이다. 우리가 자랐던 어린 시절에도 자기주도라는 개념은 있었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요즘처럼 이렇게 심각하게 공론화 되지 않았을 뿐이다.(우리 부모 세대 대부분은 학습 보다는 생활과 생존에 관한 고민이 더 많았다)
자기주도가 무엇인가?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하고 장래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도 해 보고 그러면서 혼자 해결 못하는 의문이 생기면 선생님, 부모님과 상의하면서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키우는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방종과 자기주도는 엄연히 구분 되어야 한다)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교육 분야와 아이들 학습 관련 클리닉(병원) 마케팅 컨설팅이 있다 보니 관련한 전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다. 일을 맡아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들어야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정확히 알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 문제는 아이들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더 넓게 보자면 교육 시스템적인 문제다. 어제 오늘 이틀간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인터넷에 올랐다.
나 역시도 개발자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한 것이 년차가 높아진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 이다. 중소기업에서 연봉 1억원 개발자는 사실 쉽지 않다. 개발자에 대한 내 1차 목표는 우리 회사에서 연봉 1억원 개발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 만큼 현역에서 오래 뛰어주길 바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 기사에 구글(Google) 개발자가 이와 관련된 좋은 이야기를 했다. 구글에서는 72세 엔지니어도 젊은 임원 보다 낮은 직급이지만 현역에서 직접 코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다.
◆구글의 엔지니어 평가 시스템
구글에선 현장 개발자가 사장, 부사장급으로 승진하는 일이 왕왕 있다. 국내와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서다. 국내 기업에선 회사가 낸 문제의 답을 빨리 써내는 이가 최고라면, 구글에선 문제지 자체를 엔지니어 본인이 만든다. 물론 회사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지만, 설사 제품화에 실패했더라도 회사 기술 수준을 크게 높였다면 인정을 받는다. 철저한 다면평가 시스템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건 같은 팀 동료와 유관부서 엔지니어들의 의견이다.
‘구글에서는 문제지 자체를 엔지니어 본인이 만든다.’ 회사를 위한 일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늘 이와 연결되는 또 다른 기사가 올랐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잘 만들죠. 숙제를 제법 잘 합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래요. 그런데 출제는 못하고 있어요. 남이 내놓은 문제 푸는 데 익숙할 뿐, 우리가 문제를 내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죠.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입고 나와서 아이폰 한 번 보여주면 전 세계가 난리 납니다. 스티브 잡스가 출제자인 셈이죠. 그런 후에 삼성이나 LG가 따라합니다. 숙제하는 셈이죠. 우리나라가 하청업은 잘하는데, 작품 전체의 구상은 아직 못합니다.
주어진 과제 해결 능력은 뛰어나지만 창의적 생각으로 주도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리더, 조직내의 리더, 친구 사이의 리더…우리가 생활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는 눈에 보이는 직책상의 리더와 눈에 보이지는 않는 심리적 리더가 존재한다.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가야할 길은 타인의 리더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리더가 될 수 있는 습관부터 길러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생활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의 적성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야 한다.
진행중인 프로젝트 중 전달 받은 자료를 보면 수 년 전에 행했던 검사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유명인이 된 학생 시절 자료가 많이 있다. 놀라운 점은 그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때 재능을 찾아 준 케이스였고 늦어도 중학교 때까지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한 학생들이란 것이다. 다른 아이들고 부모들이 학업과 진로로 고민하고 있을 무렵에 그들은 미리 결정한 자신들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 온 결과 지금의 성공을 이룬 학생들이다.
과도한 부모의 관심과 기대, 그리고 부모들이 원하는 삶은 아이들 한테 강요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더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일 때문에 넘겨 받는 자료긴 하지만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좋은 연구 자료를 접하게된 경우라 감사하게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