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원한다면 발로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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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ni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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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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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소셜 마케팅 대행사다.
대기업 클라이언트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기업 평판관리와 위기관리 방법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

자다 봉창 뚫는 소리도 아니고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통화하면서 홈페이지 주소를 물어 확인하고 어떤 회사인지 잠깐 살펴봤다.

이런 경우 경험상 간단히 얘기하고 끊을 수도 있지만 가끔은 지인들이 소개한 쪽에서 먼저 전화하고서는 전후 상황 설명 없이 때뜸 이런식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혹여 소개한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해서 몇 분 정도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예상했던대로 그 쪽 홈페이지에 소개된 클라이언트 코너에는 대기업 로고만 잔뜩 박아 놨고 구체적으로 진행한 레퍼런스라고는 없다. 웹 문서의 컨텐츠를 보면 소셜 마케팅 관련 용어란 용어는 다 갖다 붙여 놓은 네이버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자료가 급히 필요하다지만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갖춰야지 않나 싶다.

블로그 통해서 몇 번 얘기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우리회사는 제안서나 기획서를 당연한 듯이 그냥 요구하는 곳은 잠재 파트너 대상에서 우선적으로 제외시킨다. ‘배가 불렀구나?’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수 년간의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된 우리 나름의 전략이다. 그런 요구를 하는 곳, 열에 열은 인사이트(Insight) 취하기 위해 ‘간’만 보는 경우로 봐도 무방하다.

식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끊인다지 않는가?
작은 기업이긴 하지만 10년 정도 경영을 하다 보니 면접 자리에서 몇분 정도 대화해 보면 우리와 인연이 될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고(물론 요즘 면접은 담당 팀장이 보고 있긴 하지만), 전화로 요청 온 마케팅 상담자와 몇 마디 나눠 보면 그가 뭘 원하고 있고 실제 광고주인지 대행사 소속인지 정도는 금방 파악된다.

많은 대행사들이 우리회사의 상품을 베껴서 영업하고 있고, 심지어 홈페이지 Contents를 그대로 Copy & Paste 한 곳도 있다.

별의별 짝퉁이 다 나오는 중국 관련 뉴스를 듣다 보면 정말 어이 없다는 생각이 들 듯이, 멀쩡한 남의 회사 사이트를 자기들 상품 소개서에 싣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는 경우도 본다. (우리회사가 서비스 중인 유트윗(uTweet.kr)을 어떤 대행사가 자기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라고 ㅎㅎ- 내가 잘 아는 지인이 인하우스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 대기업 마케팅 대행 입찰현장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냥 웃어야 할지 난감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우리회사 클라이언트는 흔히하는 말로 빅 광고주(대기업 광고주)다. 그런데 우리회사 직원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냥 ‘파트너’다. “갑”, “을” 구분 안 한다. “갑” 대접 받을려고 목에 힘줄 것 같으면 같이 일 못한다고 일언지하 거절한다.

이런 경우는 대체적으로 우리가 플랜을 짜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 쪽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사사건건 관여하고 결국은 “갑”이 시키는대로 단순 오퍼레이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고생이란 고생은 우리쪽에서 다 하고 고맙단 얘기는 전혀 못 듣게 되는 경우가 허다 하다. (물론 결과도 엉망인건 당연하고)

왜냐하면 마케팅을 아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지휘를 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성과를 실행한 액션 위주로 페이퍼로만 상부에 보고하고 윗 사람으로부터 좋은 업무 평가를 받길 원하는 중간 간부, 임원들이 내린 오더로 실행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앞에도 얘기했듯 한 10년 정도 이 일을 하다 보니 그다지 급할 것도 없고, 프로젝트 수행 레퍼런스 만들겠다고 달려 들었던 초년병 시절은 이미 지난지 오래고, 이왕 해야할 일이라면 우리 구성원들 모두가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일, 퀄리티 높게 피드백하고 그에 상응하는 높은 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 일을 맡지 실속 없이 인지도부터 앞세우는 기업의 일은 맡지 않는다.

우리는 기획서, 제안서 등 페이퍼 작업 단계부터 비용 산정 들어간다.
즉, 자료 한번 받아 보고 싶다고 그냥 보내주는 작업 정도로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획서,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전 조사가 있어야 한다. PR 대행사들이 다 그렇겠지만 최소한 일주일~보름 이상 소요되는 시장조사와 분석 보고서 작성 단계에 참여하는 일이 어떠한 작업인지 그들도 잘 알 것인데…

물론, 우리가 만든 기획서나 제안서를 다 오픈해 줘도 우리 직원들 만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료를 외부에 보내지 않는 이유는 어슬프게 기획서를 짜집기해서 엉뚱하게 써 먹는 꼴이 보기 싫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블로그 통해 공개한 자료가 많았었는데 몇 년 뒤 나도는 자료를 보니(심지어 구글 검색에 걸린 자료도 있고) 정말 어이가 없더라는 사실. 이후부터 내부 시스템을 아예 바꿔버렸다.

이런 얘길하면 간혹 묻는다. “그렇게해서 프로젝트 수주 가능하냐?” 인데
데이터 분석 엔진을 100% 자체 개발하는 기술력을 갖췄고, 다른 마케팅사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높은 데이터 신뢰도), 그리고 마케팅 플랜과 액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10년차 기업의 경험과 그 동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준 성공한 광고주 인맥 풀이 강하다는 점을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전화 한통으로 해결할려고 달려들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할 정도의 마인드는 필히 갖춰야 한다. 그게 싫다면 이 업계를 떠나든가? 아니면 배를 굶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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