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내 일정이 맞지 않아 미뤘던 전문의와 인터뷰를 4시간에 걸쳐 가졌다. 보통은 1시간 이내에 끝나는 상담을 길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장점을 찾아 내기 위함이었다. 긴 시간 대화를 통해 환자를 성실하게 대하는 것은 느껴졌으나 그것이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는 없어 계속 질문을 했다.

그 분야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유명 병원, 의원에 대해서도 질문 했다. 의사는 대부분 서로 안면이 있거나 동문, 선후배 등의 네트워크로 연결 되어 있어 데이터 분석에서는 알아 내기 불가능했던 것을 찾을 수 있기에 질문을 한다. 유명한 병원, 의원일수록 포장 되어 외부에 알려진 모습과 본질이 다른 경우가 많다.(그들이 과장 광고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브랜드, 개인 이미지에 관한 얘기다.)

인터뷰 자료 리뷰에서 얻은 결론은 다들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니크한 기술보다는 원장의 경험과 병원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어떤 곳이 홍보, 마케팅에 더 많이 투자를 했는가에 의해 일반인 인지도가 결정되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병원이 그러하지만 간혹 매우 유니크한 기술을 가진 곳도 있고 키 메세지를 잘 잡은 곳도 있다. 실제 나와 10년 넘게 관계를 이어 오고 있는 전문의의 경우  누가 보더라도 뛰어난 그만의 기술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마케팅을 위해 달리 포장 할 이유가 없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기만해도 경쟁력이 되어 버린다. 다른 병원 의사가 그런 레벨에 도달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너무 평범하기 때문에 마케팅 포인트 잡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탁월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와 주기만 하면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 넘게 병원 마케팅과 컨설팅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확신이 깊어진 것이 있다면 병원 마케팅이야말로 마케팅 분야 중에서도 가장 쉬운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이다.(교육과 레저도 비슷 함)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갈 수 밖에 없고, 지신의 몸에 불만이 생기면 미용 성형을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대체 가능한 선택이 많으면 다른 것을 택하겠지만 질병, 질환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본질에 충실하면 되는데 문제는 돈벌이가 된다는 종목은 경쟁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one of them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쉽지 않다.

그래서 병원을 찾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우선 자신이 있는 곳(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부터 찾을 것 같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동네 의원을 가거나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다면 그곳을 갈 것이다.

몇 년 전에 재수학원 마케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원 선택 결정 요인을 분석해 봤다. 1년 동안 재수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분석 팀에서 세웠던 가설은 유명 재수학원의 어떤 장점 때문에 그 곳을 택하는지 알고 싶었고 실제로 몇 가지 항목을 만들어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결과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많았다. 아무리 유명한 학원이고 좋은 강사가 있다 하더라도 집에서 멀면 선택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유명 학원이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굳이 멀리 있는 곳까지 통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기숙학원과 성적이 상위권이 소수 학생의 의견은 제외 함)

병원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찾아가기 편해야 한다. 어릴 적 시골 마을에는 병원이 없어 의사가 집으로 왕진을 나와 주었던 기억이 있다. 직장 근처나 집으로 의사가 찾아 가 방문 진료를 한다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모르겠지만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전략 같다. 고객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일 것이고 특별히 차별화 시킬 요소가 없다면  기존 환자(고객)를 대상으로 먼저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이 아닐까? 로컬 기반의 의료 배달 서비스를 생각해 봐도 될 듯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