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에이전시의 재계약률이 낮은 이유는 입찰 비딩이 잦은 이유와 같다. 마케팅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광고주 기업 내부 사정에 익숙하고 브랜드 이해도가 높은 기존의 에이전시와 같이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광고주는 왜 기존의 에이전시와 재계약하지 않고 해 마다 바꾸는 걸까?
광고주가 KPI에 만족 했다면 새 비딩을 만들 이유가 없다. 업계에서 나름 실력 있다 평가 받는 대형 에이전시들도 교체된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에이전시나 인하우스 마케터가 생각하는 KPI와 본인 주머니의 돈을 직접 지불하는 사장의 KPI가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기업에서 가장 오래 된 핵심 멤버가 생각하는 KPI도 사장과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마케터 또는 광고주 기업의 담당자가 세운 KPI를 보면 주로 업무 실적 중심이다. 블로그 방문자 수, 페이스북 팬 수, 고객 DB모집 수 등. 그러나 세상 대부분의 사장이 생각하는 KPI는 하나다. 바로 ‘매출’이다. 기업의 모든 KPI는 결국 매출로 귀결 된다고 봐야 한다.
페이스북 팬을 몇 십만 명을 확보 했으나 그것이 매출에 영향을 주지 못하면 사장의 관점에서는 운영할 필요가 없는 채널이 된다. 이 상황에서 마케터는 ‘왜???’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팬이 저렇게 많이 증가했는데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거야?’
우리는 페이스북 운영 실적을 평가할 때 팬 퀄리티를 따질 때가 있다. 몇 명을 확보 했나와 의미 있는 모수를 가졌나?를 볼 때 각자의 입장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그 자리에서 수많은 논리가 오가더라도 결국은 한 마디로 정리해 주는 것이 바로 사장의 KPI다.
물론 마케터, 에이전시가 정한 KPI와 기업 내부 담당자가 생각하는 KPI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놓고 보면 의미가 있으나 각자의 KPI를 모았을 때 연결 고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1차가 달성 되면 그 동력으로 2차, 3차로 연결해 가야 하는 구조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3차, 2차가 먼저 진행 되기도 한다. 담당자들은 업무로만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연결 고리로 이어주는 것을 잘 못한다.
우리가 내 놓는 분석 보고서나 문제진단 리포터를 싫어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 최고 결정권자에게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해 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홍보 에이전시 여러 곳과 네트워크가 되어 있고 자주 접촉하며 그들 나름의 KPI를 세운다. (자리 보존을 위한 술책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것이 과연 사장이 생각하는 KPI와 같을까? 마케터가 세운 KPI와 오너의 그것이 일치한다면 에이전시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
성공사례로 발표된 케이스 스터디를 보면 ‘글쎄?’ 라는 느낌이 먼저 드는 경우가 간혹있는데 지금 저 사례는 누구 관점에서의 성공 사례일까 싶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