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거의 보지 않는데 주말에 애들과 TV 시청 함께 하기 숙제 덕분에 마스터셰프라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를 보게 되었다. 이거 생각 했던 것 보다 재미 있었다^^. 서바이벌 컨셉 자체가 냉혹한 점이 있긴 하지만 나름 장점도 있겠구나 생각들 정도였으니.
공개된 동등한 조건 내에서 동일한 주제를 놓고 같은 제한 시간 안에서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피 말리는 작업이긴 하지만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실력(위치)을 냉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어쩌면 빠른 포기와 결단은 또 다른 인생을 창조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놀랍게 봤던 대목은 심사 위원이 만든 요리를 따라하는 것은 대충 예상 했던 거였지만 다른 참가자가 만든 요리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신선했다고 할까!
서바이벌 방식에 대한 찬반은 어찌 되었건 뒤로 미루고 마스터셰프와 같은 게임을 광고, 홍보, PR계에서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도 모의 투자 대회를 하지 않는가?
마스터 AE에서는 모의 대회 보다는 실제 기업 홍보, 광고를 진행하고 결과를 놓고 평가 해 보는 방식으로 한다면 너무 냉혹한 게임이 될까? 누구의 실력을 공개 평가하자는 생각 보다는 AE 세계의 진면목을 보여 줌으로써 광고주와 장래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축제다.
다 함께 그냥 즐겨 보자는 것이다.
가끔 경쟁 PT나 제안서를 보며 갖는 생각이 있다.
1. 저게 예술이지 현실 마케팅에서 가능한 것이 몇 %나 되나?
2. 저렇게 해서 수주 받은 후 과연 몇 %나 공약 이행을 하는 것일까?
3. 심사하고 있는 저 사람들 중 과연 몇 명이 지금 저 얘기를 이해하고 있을까?
4. ‘그래서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살았답니다.’ 인데 결혼하고 정말 싸우지도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결혼 후 뒷얘기에 대해 쓴 책은 왜 없나?
저렇게 수주 받은 후 1년 뒤 결과는 어떻게 될까? 대행사, 광고주 둘 중 누가 웃고 있을까?
5. 기업 내 홍보 업무 담당자가 대행사 바뀌면 피곤해질 것 뻔히 아는데 새 업체로 교체하려고 할까? 이미 끝난 게임에 들러리는 왜 저렇게 많이 부를까?
이런 서바이벌 축제 한번 하면 이런 PT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기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양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우리가 맡은 프로젝트에 긍정적 메세지를 뿌려 두면 그것이 광고주 기업 이미지에 피드백 되기까지 2~3개월 정도 걸리고, 우리가 초지일관 노력하고 있으면 진심을 알아 주는데 1년은 필요한 것 같더라. 우리부터 더 잘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