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빅 데이터에 대한 얘기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고 있다. 더군다나 대선이 코 앞이다 보니 일주일에 1건 정도는 정치인들 관련 분석(이라고 적고 ‘뒷조사’라고 얘기해야 정확할) 의뢰다. 물론 우리 회사는 그들만의 이런 퍼포먼스(?)에는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간에 대행사(브로커)가 장난질을 했던 것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몇년 전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때 우리 데이터 분석팀에서 그들이 필요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 참모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멋진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뒤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때 후로는 그 쪽 부류들과는 딜 자체를 하지 않는다.
빅 데이터 분석 무엇인지 알고나 얘길 하는 것인지, 어디서 주워 듣고 와 하는 얘긴지 모르겠지만 암튼 요즘 이런 분들로부터 잦은 연락이 오고 있지만 요즘 우리회사 데이터 분석 팀에서 관심 갖는 분야는 상품이다. 정치쪽 분석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분석해야 할 대상도 주변도 너무나도 간단 명료해서 단조롭다.
그러나, 상품, 기업 서비스는 정치와는 많이 다르다. 분석 방법 자체가 매우 다이나믹하고 분석 대상을 결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딱 정해 놓고 분석 들어가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기업 데이터 분석이 훨씬 더 재밌고 긴장되고 배울 것들이 많다.
#1. 몇년 동안 사용해 왔던 청소기가 망가져 결국 주말에 급히 구입하게 되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생필품 중 가전 제품의 경우 거의 예고편 없이 운명을 달리한다. 즉, 이런 경우의 제품들은 사전 조사를 통해 구매를 준비할 기회를 주질 않는다는 얘기다.
나름 비싼 값을 치르고 집에 와 돌려 보니…후회 막급이다. 대단한 흡입력 대비 엄청난 소음에 아래층에서 언제 뛰어 올라 올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손잡이에 달린 공기흡입구의 레버를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청소를 하게 생겼다. (판단 미스 : 대형 마트의 매장에서 직원이 추천해 준 제품을 직접 시운전 함. 가정 집과 달리 대형마트에서 청소기를 돌렸을 경우 소음에 대해서는 미처 느끼지 못함. – 공간이 그 만큼 넓고 상대적으로 주변 소음이 섞여 인지 못한 상태에서 흡입력만 보고 구매결정)
#2.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평소 허리가 좋지 않은 아내를 위해 모 회사에서 나온 전기 스팀 청소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케이블 방송에 나온 비쩍 마른 모델(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모델들)들이 음악과 함께 아주 즐겁게 청소를 하는거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아이들 방이며 넓은 거실 청소를 하기에 딱일 것 같아 구매 했다.
배송이 된 날 저녁 바로 시운전에 들어갔다. 나름대로 청소도 잘 되고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주말 청소는 내가 도와주겠지만 평일에는 아내가 직접해야 하는데 이거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는 것을 생각 못했다. (판단 미스 : 구매 후 인터넷에 올라 온 후기를 확인해 보니 다들 무게감 때문에 거의 모셔두고 계시다고.)
#3. 기업 디지털 데이터 분석이 갖는 의미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선호도 평가 시 긍정 요소 보다 부정 요소부터 살펴 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중소 기업들 조차도 자사 상품, 서비스에 대한 평판을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몇 몇의 블로거들을 동원하여 회사가 원하는 긍정 요소를 메세지에 담아 뿌리는 것이다.
긍정 요소를 살펴 보면 회사에서 내린 긍정 항목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즉, 소비자들이 직접 몸소 느낀 좋은 요소라기 보다 회사의 임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용어들이 더 많이 보인다. (기업 홍보 담당자는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바이럴 요소에 넣은 것은 치명적이다. 참고로 이 부분은 회사 공식 입장이 아닌 나 개인적 생각이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업의 이러한 마케팅 활동도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옳다. 단지 어슬프게 뽀록 날 정도로 바이럴 했는가? 고객 기만이 아닌 제품의 우수성을 정당하게 알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연결했는가의 차이 아닐까 생각 한다. – 기업 상품들 분석하면서 덤으로 얻게 되는 마케팅 전략들)
반면, 부정요소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표현)은 매우 구체적이다. 누가 시켜서라기 보다 본인이 직접 느꼈던 솔직한 감정(때로는 10원짜리 욕이 들어갈 정도로 직설적인)을 그대로 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이런 부정요소를 빨리 캐치하여 마케팅 전략에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차기 상품개발을 위한 소비자 반응으로 상부에 보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우리 회사 데이터 분석팀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보고서를 봐도 확실히 부정 보다는 긍정 요소들이 더 많이 나왔다. 그 만큼 기업에서 뿌린 메세지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율은 높지 않았지만 부정적인 속성 값을 잘 살펴 보면 경쟁사 상품 대비 어떤 것이 부족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마케팅 팀에서는 어떤 면을 부각 시켜야 할지에 대한 방향이 나온다. 물론 우리는 긍정 요소에서 더 많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낮은 비율이지만 부정 요소에서 기업에 더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게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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