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야구(Base ball)에는 구원 투수라는 보직이 있다. 그의 임무는 선발 투수가 초래한 위기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는 것이다. ?그래서 구원 투수를 ‘소방수’라고도 한다.
그런데 불 끄라고 내 보낸 소방수가 불을 끄기는 커녕 오히려 기름을 끼 얹는다면 어떻겠는가? 그냥 ?한 게임을 잃는 것은 당연한 결과고 상황이 심할 경우 감독과 동료들의 ‘기’를 꺾어 버리기도 한다.
만약 이런 일이 기업에서 발생 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은 ‘모’ 아니면 ‘도’로 판명 난다. 즉, 성공 아니면 실패란 얘기다. 중간은 의미가 없다. 냉정하게 평가 받지 않으면 자체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성공하고 싶다면 야박하게 들리더라도 이러한 평가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외부로부터 유능한 인재를 찾는다. 이렇게 고용된 전문 경영인들 중에는 역사에 성공한 CEO로 기록된 이도 있지만 반대로 실패한 이도 있었다. (이 글을 준비할 무렵에만 하더라도 여기에 링크될 것이라 생각지도 못 했는데 근자에 애플의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가족들 곁을 떠났다. 기우는 애플을 다시 세운, 그리고 세계 1등 기업으로 만든 대표적인 기업가가 스티브 잡스 다)
맡은 임무에 실패 해 쫓겨난 경영자들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꽤 성공한 인물로 평가 되었던 사람들이다. ?가수가 새 앨범을 낼 때 마다 성공 한다는 보장이 없듯이 전문 경영인들도 한 곳에서는 눈부신 성공을 이뤘지만 다른 곳에서는 실패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실패의 원인이 외부의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나 내부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본인의 잘 못된 판단에 기인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계와도 관계되는 기업에서는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직원이 10명인 회사라면 최소한 4인 가족 구성으로 40명에 대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 한다.)
어떻게 나는 대통령이 돼서 (경제)위기를 두 번이나 맞는다.?하지만 내가 대통령이면서 위기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말이다. 기업이 아닌 한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발언이라 실망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에 경제 위기 따위는 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되지 않은가?
이사회에서 고용한 전문 경영인이나 외부에서 스카웃된 관리자(또는 일반 기술직 직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내에 실력을 입증해 보이는데 초조해 한다. ?보통 외부로부터 유입 된 이런 사람들의 경우 ?성취욕이 강하기 때문에 설령 계약서상에 딱히 언제까지라고 명시되지 않았더라도??스스로 목표에 대한 데드라인을 긋고 업무에 임하는 스타일이 많다.
이 사람들은 목표 의식이 강한 프로들이기 때문에 그 만큼 결과물 산출에서도 유능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항상 프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고용된 사람 중에는 진정으로 자신의 새로운 조직의 발전을 위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직 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 후자의 경우 객관적 위치에 있는 제 3자의 눈에 너무나도 뻔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부터 이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데 요약 하자면 이렇다. ?우리가 올해 여름부터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 중간에 모 포탈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고 채용 했다는 실무자를 광고주가 배정한 것이 발단이였다.
비즈니스 기획부터 시작해서 마케팅 기획, 사후 운영 플랜을 우리가 설계 했고 그 맵에 따라 약 80%까지 온 상황에서 새롭게 배정된 담당자에 의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초기 계약에 의하면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통합 마케팅을 초기 기획자가 포함된 전담팀에서 배정 받기로 했던 프로젝트가 완전히 뒤집어 진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대로 광고주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 한다. 전문가로 고용한 내부 인력의 의견을 더 중요시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 문제다. 기획부터 시작해 공정률 80% 까지 온 프로젝트는 마무리 하고 그에게는 후속 업무를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더 최악인 것은 그들이 전문가로 고용한 담당자에게 우리가 몇 가지 오더를 내려 보고 평가한 결과 ?전문가 수준이 아니란 것이다. (냉정히 평가해서 우리 회사 주니어 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 였음)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기간 보다 더 짧은 불과 한 달 사이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01) 광고주는 자신의 지인한테 ?실무 맡을 적임자 소개 받음(포탈에 근무했다는데 당연히 전문가겠지?)
02) 포탈에서 실직하고 놀던 담당자(우리가 보기엔 실력 바닥나 짤린게 아닌지 싶음)는 영업 필드에서 익혔던 탁월한 말솜씨로 어찌 어찌하여 채용 결정 됨(실력 보다는 높은 연봉 제안 받음)
03)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겠기에 “을” 길들이기 시작 함.
04) 광고주 새 담당자의 의견에 의해 초기 기획과 향후 일정까지 모두 초기화 됨(완전히 엎어짐)
05) 우리는 조건 변경에 따른 새로운 계약 요청함
06) 새 계약 조건에 따라 우리는 프로젝트 마감 후 완전히 손 때기로 합의 됨
07) 이제 광고주 새 담당자 본인한테 모든 권한 및 책임이 부여 됨
08) 광고주 쪽 담당자 현재 상황, 막상 일은 벌려 놨지만 어찌할 바 몰라 당황하기 시작 함.
09) 프로젝트가 진척 되지 못 하고 계속 꼬이기만 함. (이 때부터는 기획과 향후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처는 우리 임무가 아니기에 최종적으로 그들이 결정하도록 하고 우리 전체 프로젝트에서 가장 후 순위로 밀어 놓은 상태 임.)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곳이 있어 관련 글을 한번 올렸다. (위험해 보이는 인하우스 마케팅)
일반적으로 마케팅 기획에서 간과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경영’이다. ?좋은 아이템이 있다 하더라도 기획에서 경영자의 고뇌가 고려되지 않으면 마케팅 이론에 의한 기획서가 나오게 된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 이론적으로 접근 하는 마케팅과 기획은 필패다. 철저하게 실속, 실용주의로 계획 되어야 하고 그것이 처음 계획대로 잘 수행되어 일정 수준에 오른 후에 다시 한번 컨버팅을 하더라도 처음에는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
인터넷(웹)에는 어느 정도 경쟁사들의 전략이 노출 되어 있다. 그래서 후속 업체들은 그 선행 업체의 사례를 보고 따라하기 쉽다. 자꾸 보다 보니 눈에 익기 때문인데 기획자나 마케터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기획은 우리의 목표(목적)에 맞게 우리의 것으로 설계 되어야 한다. ?성공한 경쟁사들의 전략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게도 웹에 모두 노출되어 있음에도 후발 주자들이 쉽게 따라 잡지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이번에 새로 배정 된 광고주쪽 실무자가 보내 온 자료를 받아 보니 경쟁사 몇 곳을 짜집기한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 였다. 이 기획을 왜 해야 하는지 조차 이해를 못 한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된 기획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급기야 몇 군데 보고 짜집기한 것을 보내 온 것이다. 우리가 더 깊이 관여해서는 안 될 시점에 이르렀기에 더 이상의 첨언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마무리 해 주기로 했다. 몇 년 전에 어떤 제과회사에서 했던 아이스크림 CF로 기억하는데 이런 말이 있었다.
줘도 못 먹나?
참고로 웹 사이트 기획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이거 한 가지 알았으면 한다.
광고주가 좋아 하는 사이트는 망한 경우가 많았고, 고객이 좋아 하는 사이트는 알아서 찾아 오더라 – zinicap
경영자의 직원에 대한 신뢰는 무엇 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믿고 맡긴 직원도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판단을 잘 못 할 경우가 있다. ?그가 방향키를 바르게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 경영자는 항상 의심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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