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본인 스스로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외부에 의뢰할 필요가 없다. 한 마디로 자급자족인데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고 전문인력이 없는 작은 기업들일수록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사실은 자본력 부족이 원인 경우가 대부분)

반면에 삼성, LG와 같은 거대한 조직은 다양한 부서에 전문인력이 있고 자금력 또한 강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도 있지만 직접 진행할 프로젝트와 전문가에게 의뢰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한다.(자신들 손을 더럽히기 싫어 외부에 맡기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일을 그들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맡기는 것만은 아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어쩌면 그들이 전문가 집단 보다 더 빠르고, 높은 성과를 이뤄낼지도 모른다.(돈 만큼 빠른 문제 해결력을 갖춘 솔루션이 있을까?)

외부에 일을 맡기겠단 결정을 하는 것은 그 시간 만큼 다른 업무에 힘을 쏟아 더 생산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그런측면에서 마케팅 기획을 하고 만들어진 기획에 따라 액션을 취하고 그 과정, 결과에서 만들어지는 KPI와 ROI를 분석하여 전체를 조율하는 마케팅 컨설턴트의 업무는 스트레스가 높긴 하지만 매력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일을 맡아 진행하다 보면 이런 생각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모든 회사가 다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계약을 맺게되면 그 순간부터는 광고주 일이 아닌 우리 회사의 일로 인식하고 뛰어든다. 계약 관계로만 맺어지는 “갑”, ?”을” 관계 만큼이나 드라이하고 재미 없는 관계는 없을 것이다.

광고주가 그 동안 진행했던 마케팅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만든다. 성과가 나지 않는 원인 중 가장 난감한 경우가 요즘과 같은 상황인데 다름 아닌 광고주 기업의 해당 담당자가 문제일 경우 해결이 쉽지 않다.

어떤 기획서를 만들어 올려도 항상 drop이다. 결국은 자신이 그 동안 진행했던 것과 똑 같은 형태로 진행하길 요구한다. 심지어 보고서도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로 작성해 주면 안 되겠냐? 압력을 가 한다.

회사 돈을 써 가면서까지 컨설팅을 의뢰하고 대행을 맡겼으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컨설턴트들을 단순 오퍼레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과연, 자신의 회사라면 이렇게까지 자신들의 의견만 고집하고 밀고 갈 수 있을까? 허점 투성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렇게 태평스럽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다른 기업들은 외부의 경쟁사를 분석하고 그들과 경쟁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내부의 또 다른 적들과 먼저 대치하다 지쳐가고 있다. 자리에 연연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직장인이란 것은 알지만 이건 너무 아니다 싶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윗 분들께 성의 표시는 했어” 가 박혀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